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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 이상윤과 권율의 주차장 드라이빙 장면, 알고 보면 더 재밌다.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연출 이명우)이 탄탄한 스토리, 치밀하게 몰아치는 전개로 월화극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귓속말’의 다양한 매력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등장인물간의 팽팽한 심리전이 있다. 서로를 물고 뜯는 치열한 두뇌싸움은 시청자를 숨 쉴 틈 없이 몰입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방송된 4회 속 이동준(이상윤 분)과 강정일(권율 분)의 주차장 장면은 두 남자의 불꽃 튀는 자존심 싸움을 보여줬다. 이날 이동준과 강정일의 주차장 신경전은 두 번에 걸쳐 등장했는데, 그 차이점을 알면 두 남자간 파워게임의 승자가 보인다.
이날 중요한 M&A건을 두고 회사를 나서던 이동준과 강정일은 주차장 안에서 치열한 기싸움을 펼쳤다. 서로의 신경을 자극하며 자동차에 탑승한 두 남자는 동시에 자동차를 출발시켰다. 부딪히기 직전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결국 이동준이 먼저 브레이크를 밟았다. 반면 강정일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운전해 나갔다.
하지만 이동준이 전세를 뒤엎은 뒤에는 두 사람의 상황이 달라졌다. 그 후 펼쳐진 두 번째 주차장 기싸움의 승자는 이동준이 됐다. 또 한번 누구 하나 멈추지 않는 자동차 운전이 시작됐고, 이번에는 강정일이 먼저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동준의 모습에서는 승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반면 강정일은 이번 뒤통수를 되갚아주겠다는 듯 분노의 얼굴을 비췄다.
남자들의 파워게임, 기싸움을 자동차 운전에 빗대어 표현한 장면은 박진감과 디테일이 엿보였다. 누가 먼저 브레이크를 밟고 멈추냐에 따라 두 남자의 기싸움의 승자, 나아가 극 전체의 대결구도의 승자가 표현됐다. 이러한 박경수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는 인물간의 갈등을 더욱 긴장감 있게 담아내며 흥미를 자극한다는 반응이다.
박경수 작가는 전작 ‘펀치’에서도 자장면 먹방으로 인물간의 심리와 권력구도를 표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박경수 작가의 시그니처 비유법은 드라마의 재미를 높이면서도, 시청자들이 쉽게 인물들의 내면을 알아보게 하는 매력적인 장치로 작용했다. ‘귓속말’ 속 인물들의 대립구도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만큼, 앞으로 이런 디테일한 비유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법비(法匪: 법을 악용하는 무리)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사진제공= SBS ‘귓속말’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