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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BMA STAR]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은 10월 19일부터 2022년 3월 27일까지 대구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 해외교류전 모던 라이프(Modern Life)를 대구미술관 1전시실과 어미홀에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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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라이프展은 프랑스 최초의 사립미술기관인 매그 재단(대표 아드리앙 매그)과 대구미술관이 모더니즘을 주제어로 양 기관의 소장품을 공동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2년간 진행한 연구의 결과물인 이번 전시는 작가 78명의 대표작 144점을 통해 당대 예술가들이 순수하게 예술에만 의지하며 부단히 추구했던 미적 근대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두 문화의 만남, 서로 다른 회화의 전통을 가진 두 미술계의 만남을 선보인다.
매그 재단(Marguerite et Aimé Fondation)은 프랑스 코트 다쥐르의 아름다운 지역인 생-폴 드 방스에 위치한 기관으로, 조르주 브라크, 알렉산더 칼더, 마르크 샤갈,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20세기 미술사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 약 13,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로 오랜 기간 고통받고 있는 지금, 미술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미술관이 대중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작품을 통해 다가가는 것이다. 각 시대 격동의 시기를 온몸으로 맞서며 아픔과 고통조차도 예술로 승화한 거장들의 작품은 이 사회와 시대를 둘러싼 무거운 공기를 환원시키고 희망의 파동을 울리며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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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라이프라는 전시명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전시는 대부분의 출품작에서 ‘모더니티(Modernity)’의 전이와 변용적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모더니티의 범주에 속해 있는 모더니즘(Modernism) 미술은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치열한 예술적 실험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미술의 전개를 필연적인 진보의 역사로 정립할 수 있도록 기능했다.
동시에 미학적 혹은 역사적 근거를 끊임없이 제시하며 당대의 현상적 역사를 미술의 발전 논리에까지 확장시켰고, 1960년대 후반, ‘현실’을 반영하는 변화들이 예술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출품작을 투과하여 볼 수 있는 이러한 ‘현실성’에 주목하였다.
전시는 총 8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져 있으며 첫 번째 섹션은 ‘탈-형상화’다. 인간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변형된 구조와 독특한 면 분할을 통해 형상적인 양식에서 벗어나려는 예술의 자율성을 보여준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장 뒤뷔페, 훌리오 곤잘레스, 최영림 등 15점을 만날 수 있다.
두 번째는 ‘풍경-기억’이다. 피에르 탈 코트(Pierre Tal-Coat), 안나 에바 베르그만(Anne-Eva Bergman), 유영국, 김창열 등 16점의 작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주변의 풍경과 기억을 소환한다. 세 번째 섹션은 ‘추상’이다. 추상은 모더니즘 미술에서 빠질 수 없는 담론이며 많은 미술 이론가들의 연구 주제 중 하나이다. 추상의 물결은 전후 유럽,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및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는데, 특히 이번 섹션에서는 고차원의 사유를 이끌어 내는 한묵, 이우환, 정점식, 이강소 등의 작품과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브람 반 벨데(Bram van Velde), 파블로 팔라주엘로(Pablo Palazuelo), 에두아르도 칠리다(Eduardo Chillida)의 작품이 추상의 전이를 보여준다.
네 번째 ‘글’에서는 앙리 미쇼(Henri Michaux), 한스 아르퉁(Hans Hartung) 등 작품 속에 스며있는 여러 형태의 문자를 발견할 수 있는 회화와 최병소, 박서보, 이배 등 분명 작품 속에 존재하지만 쉽게 식별되지 않는 문자들을 품은 작품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다섯 번째 섹션은, ‘초현대적 고독’이다. 전후 모더니즘 미술이 끊임없이 쏟아낸 형식적인 변화들을 현대적인 개념으로 계승한 작품들 속에 잠시 숨을 고를 여유를 선사한다. 정병국, 최민화, 한운성, 자크 모노리(Jacques Monory), 발레리오 아다미(Valerio Adami), 에로(Erró)의 작품이 ‘개인’ 혹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여섯 번째는 ‘평면으로의 귀환’이다. 평면성과 색채의 율동감을 보여주는 시몬 한타이(Simon Hantaï), 클로드 비알라(Claude Viallat), 프랑수와 루앙(François Rouan)과 김기린, 윤형근, 이우환, 리차드 세라(Richard Serra) 등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공간은 회화의 본질과 태생적 특성 그리고 죽음의 과정을 겪어야만 새롭게 태어나는 자연의 순리에 대입시킨 회화의 미래를 예견해보는 자리다.
일곱 번째 섹션 ‘재신비화된 세상’에서는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은 이응노, 인간의 존재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서세옥의 작품이 소개된다. 또한 프랑스 국보로 이번 전시를 위해 프랑스 문화부 허가를 받고 한국에 반입한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La Vie 삶’도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 여덟 번째 섹션은 ‘기원’이다.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를 비롯해 이건용, 이우환, 리차드 롱(Richard Long)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이 공간은 인간과 자연, 세계와 우주의 지속적이며 순환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공동기획자 마동은 전시기획팀장은 “이번 전시의 핵심은 현재를 반영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는 모더니즘의 독자적인 성질이 드러난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라며, 144점의 작품을 관람하는 찰나의 순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동기획자인 올리비에 들라발라드 객원 큐레이터(케르게넥 미술관(Domain de Kerguéhennec) 前 디렉터)는 “양 기관의 소장품을 한 자리에 선보이며 하나의 개념을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것은 결코 어떠한 이론이나 담론 속에 갇혀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작품을 함께 감상하며 행복을 나누고, 작품으로부터 받은 영감과 감정에 대해 대화하기 원한다고 말했다.
전시와 함께 11월 중 공동큐레이터가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 및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진행하며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도 선보인다.